[세상읽기] 음모론이 활약할 시간 / 전상진
전상진 ㅣ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 위기에 정보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어떻게 해야 안전할지’나 ‘대체 언제 위기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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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진 교수의 세대 게임이라는 책을 아주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있다. 나중에 나도 전상진 교수처럼 쓸 수 있게 되면 얼마나 좋을까. 답답하고 지루한 나의 글에 원망 아닌 원망을 했다.
전상진 교수의 음모론에 관한 칼럼이 한겨레에 실렸다. 음모론이 피어나기 좋은 환경이 있다고 한다. 이해하기 어려운 현실이 있어야 한다. 과학적 또는 객관적 설명만으로는 시원하게 의구심이 해소되지 않아야 한다. 현실은 안갯속이고 설명은 변죽 울리기라고 느껴질 때다. 한 마디로 '답답할 때' 음모론이 발생한다.
'코로나19'야 말로 음모론을 만들어내기 딱 좋은 소재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예외다. 방역에 선방하고 있다는 또 다른 증거다. 음모론은 총선 결과를 둘러싸고 활활 타오르고 있다. 득표 비율은 민주당 49.91%, 통합당 41.45%이다. 그런데 의석수 차이는 충격적이다. 지지자 입장이라면 얼마나 답답하겠는가.
솔직히 이해가 된다. 나도 18대 대선 결과를 보면서 그랬다. 커퍼필드 마술처럼 사라진 세월호를 보면서 음모론에 심취했었다. 나름대로의 음모론 버전까지 만들었었다. "세상에 우연은 없다.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이 세 문장으로 연결된 음모론은 답답한 마음에 사이다 같은 존재였다.
본래 다수의 사회과학 심지어 자연과학이 음모론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을 문제로 인식하고, 그것에 가설이라는 것을 세워 입증을 한다. 가설은 입증되기 전의 가상의 인과관계이며, 음모론과 비슷한 성격을 갖는다. 결국 입증이 되고 그것이 공신력을 갖게 된다는 점에서 음모론과는 차이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언제나 그 입증이 충분한 것은 아니다.
음모론을 비난하고 싶지 않다. 지금 음모론으로 위안을 받고 계신 분들은 계속 위안을 받으셨으면 좋겠다. 증명하기 위해 노력하기를 바란다. 혹시 모른다. 모종의 인과관계가 증명될 수 있다. 심지어 외계인이 작업을 해 두었을 수도 있다. 결과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음모론이 어느 정도 햇빛을 쬐기 전에 권력을 만날 때는 위험할 수 있다. 정치권력이건 경제권력이건 언론권력이건 마찬가지다. 수많은 역사적 비극에서 음모론은 재빠르게 권력을 만나 그들에게 효과적(?)으로 이용되었다.
지금도 어떤 권력자는 어떻게 하면 음모론을 이용할 수 있을까 군침을 흘리고 있을 것이다. 야당이건 심지어 여당이건. 음모론에 불편한 사람들은 이 지점만 신경 쓰면 된다.
구태여 음모론과 씨름할 필요는 없다. 음모가 음모라면 음모로 드러나게 되어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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