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칼럼리뷰

코로나 이후 대학의 생존조건

by ccschool 2020. 5. 23.

 

 

[왜냐면] 새로운 교육을 꿈꿀 수 있겠는가 / 하태욱

하태욱 ㅣ 건신대학원대학교 대안교육학과 교수 코로나19 사태가 서서히 정리 단계로 진입하고 학교도 순차적으로 출석 수업...

www.hani.co.kr

 

이토록 준비 없이 온라인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는 것이 놀랍다. 그보다 놀라운 것은 준비 없는 온라인 교육이 그럭저럭 굴러가고 있다는 것이다. 새삼 확인하게 되었다. 코로나 이전에도 학생들은 학교를 와 '주고' 있었던 것이다. 대학의 경우 더더욱 그렇다. 고맙게도.

 

벌써 예전부터 각 대학은 LMS(learning management system)을 설치하고, 서버를 증설하며, 이른바 싸강(사이버강의) 활용에 열을 올려 왔다. mooc강의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고, 100% 온라인을 표방하는 미네르바 스쿨이 유력한 대학이 되었다. 

 

'극히' 순조롭게 온라인 강의 체제로 넘어간 것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이미 시동을 건 대학교육 온라인화에 코로나는 단지 가속 페달을 밟은 것에 불과하다. 옛날이 좋았으니 그때로 돌아가자는 이야기는 해야 소용없다.

 

우리나라 대학의 80%는 사립대학이며, 이들 대학의 재정은 한 학기마다 들어오는 학생 등록금에 목을 매고 있다. '천수답' 대학이라고 하면 딱 좋다. 재정이 열악하지 않을 수 없다. 온라인화가 달콤한 유혹으로 다가오는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

 

당장 재정지출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교수 인건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전교생이 듣는 교양필수 교과목은 딱 한 사람이 카메라 앞에 서면 해결이 될 것이니 말이다. 교수가 없다면 외부에서 양질의 콘텐츠를 사 오면 된다. 이미 교과목 판매는 대학과 대학 사이, 대학과 업체 사이에 공공연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재정지출의 또 다른 축을 이루는 시설, 기자재 비용도 획기적으로 줄어들 것이다. 강의실을 만들기 위해 건물을 짓지 않아도 된다. 서버를 구입하고 스튜디오 몇 개를 꾸미면 될 일이다. 

 

대부분 대학들은 온라인화를 재정절감과 생명연장의 기회로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환상이다. 상위 몇 개의 대학 아니면 외국의 초대형 대학이 온라인을 무기로 수용 가능인원을 대폭 늘리는 길도 함께 열린 것이다. 한 대학이 정원을 수 십만 명 확보하는 것을 막고 있는 것은 오로지 고등교육법상 정원 규제뿐이었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온라인 콘텐츠를 직접 만들어 본 사람이면 두 가지에 놀라게 된다. 하나는 엄청나게 공이 많이 들어간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온라인으로 커버할 수 없는 부분이 분명 존재한다는 것이다. 결국 콘텐츠를 잘 만들어야 하고, 전달된 지식을 확인하고 연습시키는 별도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것이 미래의 대학이 할 일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어마어마한 재원과 인력 그리고 열정이 필요할 것이다. 오프라인 대학보다 비용이 절감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 온라인화를 재정절감의 기회로 삼겠다는 나이브한 흑심은 빨리 버릴 수록 좋다. 

 

앞으로 10년 안에 전 세계 대학의 50%가 문을 닫는다는 것이 정설에 가깝다. 우리나라는 더 심각하다. 이제 명명백백해짐을 느낀다. 대학의 생존은 온라인에 '흑심'을 담느냐 아니면 '진정성'을 담느냐에 달려 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