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칼럼리뷰

긴급재난지원금은 고기가 딱

by ccschool 2020. 5. 23.

[선데이 칼럼] 재난 ‘기부금’의 용처

나는 ‘현금도 풀고, 돈 쓸 궁리도 하자’(중앙SUNDAY 2020년 3월 21일자 31면)는 지난 칼럼에서 "성금 말고 특별세금 100만원 자원납부자를 모집한다면, 자원하겠다".고 썼다. 또 재난지원금을 받아서

news.joins.com

 

기분 탓인가. 사람들의 표정이 급 좋아졌다. 길고 긴 코로나 감금생활을 하고 있는 와중에, 우리는 잠깐 기분 좋은 에피소드를 갖게 되었다. 긴급재난지원금 때문이다. 지난 몇 주간 긴급재난지원금을 사용한 곳을 조사하니까 1위는 고기 구입이라고 한다. 우리 국민의 남다른 고기 사랑을 새삼 느끼게 된다. 며칠 전에 다녀온 도시 외곽 허름한 고깃집에도 유난히 손님이 붐볐다. 

 

 

 

 

조만간 충전되었던 지원금은 다 떨어질 것이다. 하지만 고통 속에 시달려온 국민들의 얼굴을 잠시나마 환하게 만드는 것이 어찌 무의미한 일이겠는가. 일년에 500조가 넘는 돈을 쓰면서 국민 얼굴 밝게 할 줄은 몰랐던 위정자들은 크게 반성할 일이다.

 

반대가 무지하게 많았다. 국가 재정건전성이 악화된다는 지적이 가장 많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비슷한 경제규모를 가진 외국에 비해 우리나라의 재정건전성은 여유가 있었다. 심지어 IMF까지 나서 돈을 더 쓰라는 분위기였다. 

 

국가 빚을 미래세대에게 넘겨주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비판도 뜨거웠다. 이건 이성보다는 감정을, 특히 어르신들의 감정을 자극하는 레토릭이다. 하지만 현재가 있어야 미래도 있는 것이다. 현재 세대가 미래 세대를 낳고 양육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현재 세대가 그야말로 위기에 몰렸다.

 

그다지 결정적인 비판이 아니라는 것을 반대했던 본인들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내 생각에 반대의 결정적 이유는 '도덕' 때문이다. 일하지 않으면 먹지도 말아야 한다는, 불행을 극복하는 것은 각자 책임이라는, 그렇지 않으면 사람들의 모럴 해저드가 만연할 것이라는, 자본주의를 지탱하는 숨겨진 하지만 가장 강력한 도덕이 손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위기는 위기인가보다. 수십 년 아니 수백 년 위세를 떨쳐온 자본주의의 도덕적 저항선이 힘 한 번 못썼으니 말이다. 심지어 재난지원금이 기본소득으로 진화할 수도 있는 상황이 되었다. 아직은 섣부른 예상이지만, 코로나 19가 자본주의 종말의 시작으로 역사에 기록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인용한 칼럼을 보면서 여러번 웃음이 났다. 중앙일보 대기자님께서 재난지원금을 받을 정도의 형편이 아니라는 꼼꼼한 자부심(?)에서 한번 웃었고, 기부금을 원격의료기술 개발에 써야 한다는 꼼꼼한 투자 감각(?)에 또 한 번 웃었으며, 경제를 지탱하려면 근로자의 건강을 지키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는 꼼꼼한 자아성찰(?)에 한 번 더 웃었다.

 

내가 얼마나 글쓰기 아마추어인지 숙연해 졌다. 글에 논지를 담는 것을 넘어 '목적'을 담는 신공. 부럽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