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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리뷰

공감 없는 세상, 이성 없는 위기

by ccschool 2020. 6. 5.

 

온라인 교육은 효율적이지만, 우리 사회의 공감능력을 더 낮춘다는 문제가 있다.

함께 어울리고, 갈등하고, 소통하는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

 

 

[서경식 칼럼] 코로나 재난 속의 인문학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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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기말시험까지 온라인으로 치르게 되었다. 한 학기 내내 원격수업을 하다가 마지막 시험을 보겠다고 학교로 부르는 것이 지나치게 작위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학생들은 학교 근처에 거처를 마련하지 않았다. 시험을 위해 새삼스런 여행을 하게 하는 것도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행여나 나의 시험이 코로나 감염의 계기가 되면 안 된다는 생각 또한 있었다.

 

나는 온라인 교육에 대해 호의적인 편이다. 13세기 대학이 만들어지고 대학의 교육방법은 거의 변한 것이 없다. 아무리 전통이 중요하다지만 효율성에 따른 변화도 필요하다. 한 명이 떠들고 관심 있는 학생만 들어'주는' 식의 교육방법은 한계에 도달한 지 오래다.

 

그러나 지식전달의 차원만 생각할 것은 아니다. 학교를 통해 함께 어울리고, 그러면서 갈등하고 또 소통하면서 얻을 수 있는 것도 많다. 이렇게 모든 교육이 개인화된 온라인 교육으로 바뀌어 버리면 가뜩이나 모자란 우리 사회의 공감능력은 바닥을 모르고 추락할 가능성도 있다.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세상은 한 마디로 잔인한 세상일 것이다. 이라크 전쟁에서 조이스틱으로 드론을 운전하면서, 게임하듯이 사람들을 사살했던 군인들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들에게 타인의 죽음은 공감되지 않는 모니터 안의 영상일 뿐이다. 자칫하면 언택트 사회는 나의 행위와 남의 아픔 사이의 연관을 비현실적으로 만드는 집단적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코로나 위기는 이전부터 진행되어 오던 변화를 역전시키는 위기가 아니다. 그런 변화에 가속도를 붙이는 위기이다. 최근 몇 년간 각 국가의 정치에서는 우파 포퓰리즘과 독재화 경향이 두드러졌었다. 비약일 수 있겠지만, 이러한 경향이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세상과 맞물려 극단적 파국을 만들어내지 않을까 섬뜩한 기분이 든다. 공감 없는 세상이 이성 없는 위기를 만들어 내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다. 

 

그러나 공감능력을 키우겠다고 과거 교육의 비효율성을 감당하라거나, 온라인 교육의 효율성을 포기하라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이미 이번학기 학생들의 온라인 강의 평가는 오프라인 강의 평가 점수를 넘어서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앞으로 남은 과제는 학교가 아닌 그 어떤 형태의 어울림, 갈등, 소통의 장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함께 토론하고, 정치하고, 춤추었던 2,500년 전 광장을 21세기판으로 재현하는 것을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고등교육의 핵심과제로 삼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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