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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리뷰

종이신문, 삭탈관직 당한 탐관오리?

by ccschool 2020. 5. 27.

 

 

 

[편집국에서] 너 아직도 신문 보니? / 고경태

고경태 ㅣ 오피니언 부국장 독자 모독으로 비칠까 조심스럽다. 셀프 모독이라 여기며 이 글을 쓴다. 한 달 전부터 15명의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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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지하철을 탔다. 상당히 연식이 있는 놈이었다. 내가 대학을 다닐 때도 달리던 녀석일 것이다. 내부 리모델링을 해서 제법 깔끔하다. 모니터도 달려 제법 첨단 느낌이 난다. 적어도 이 지하철만은 그때의 일들을 기억하고 있으리라.

 

대학 1학년때 일이다. 그때는 지하철에서 담배를 필 수 있었다. 놀랍지 않은가. 나 역시 지하철에서 피웠던 기억이 난다. 1호선 지하 서울역 부근이었는데, 만원이었다. 앞에 아이를 데리고 탄 어머니가 불편해하셔서 바닥에 눌러 끈 기억이 있다. 이게 정말 나의 기억이 맞나 의심이 든다. 마치 전생의 기억 같다. 하지만 정말 그랬다.

 

그리고 지금과 달라진 풍경 한 가지. 신문이다. 가판대에서 신문을 사서 오고가는 내내 신문을 봤다. 워낙 가난하던 시절이라 다른 사람이 선반에 두고 간 신문을 애용했다. 마침 스포츠신문이라도 두고 가면 어찌나 고맙던지. 사람들이 두고 간 신문이 산더미처럼 쌓였기에, 간혹 가다가 어떤 분들이 자루로 신문을 수거해 갔었다.

 

종이신문을 정말 아무도 보지 않는 세상이 되었다. 예상컨대 대부분의 사람들은 앞에 종이 신문이 있어도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볼 것이다. 펄럭거리며 종이를 넘길 필요도 없고, 내 마음대로 골라볼 수 있고, 심지어 비교해 가면서 볼 수도 있다. 이 유혹을 어떻게 뿌리치라는 이야기인가.

 

 

종이신문이 없어지는 것은 불가피하다. 그렇다고 종이신문을 발행하는 레거시 미디어까지 사라질 필요는 없을 것이다. 새로운 매체 환경 안에서 나름의 존재의의를 찾을 수 있다. 새로운 수익모델을 만들고, 뼈를 깎는 자기 혁신을 해야 하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게 말처럼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내가 생각하는 이유는 이것이다. 아주 오랜 시간 동안 그들에게 힘이 주어졌다. 힘을 가진 만큼 책임도 요구받았다. 그러나 힘을 취하는 데에는 적극적이었고, 책임을 맡는 데에는 미적거렸다. 이제 힘을 지탱하던 독점이 사라졌다. 누가 봐도 미움받기 딱 좋은 상황이다. 삭탈관직당한 탐관오리 느낌이다.

 

아직까지 인프라로 보나 기획력으로 보나 군소 인터넷 매체는 전통의 유력 신문사를 넘 볼 수 없다. 인지도나 공신력도 비교가 불가능하다. 레거시 미디어의 시공간은 - 언제 사라져도 이상하지 않지만 - 아직 남아 있다. 그러니 이제부터라도 분발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힘(권한)이 클 수록 책임이 커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때로는 책임을 부담하는 만큼 힘(역할)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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